사채꾼 우시지마 ‘프리 에이전트’ 편을 읽고

 만화 사채꾼 우시지마를 읽었다. 종이책을 구하기 어려워 e-book으로 구해 읽었는데, 명작은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채꾼 우시지마’에서는 일그러진 현실이 끔찍하리만큼 잔혹하게 그려진다. 돈이 없으면 벌어질 수 있는, 상상 가능한 일들이지만 ‘사채’라는 가난의 불행은 더욱 빠르고 깊게 인간을 수렁으로 끌어당긴다.

가장 인상깊었던 편은 ‘젊은 여자’ 편이지만 이건 나중에 다뤄보는걸로 하고,(말 그래도 젊은 여자가 주제에 맞지 않는 ‘작은 허영’을 부리다가 사채 잘못 써서 나락으로 가는 편이다.) 오늘은 ‘프리 에이전트’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즘의 세태를 잘 드러내는 것은 ‘프리 에이전트 편’이 아닐까 싶다. 구구절절 몇번이고 썼던 ‘성공팔이’에 대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프리 에이전트 편의 내용은 간단하다. 다단계(돈 버는 방법 정보)에 대한 사기꾼에 말려든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다단계의 이름은 ‘키요사카 하이퍼 메서드’. 최상위 클라스 기준으로 돈의 절반은 판 사람에게 돌아온다.

다단계 시스템의 기본은 ‘어필리에이트 시스템’이다.(여기저기 많이 사용되는 ’어필리에이트’ 용어가 그대로 만화 속에 쓰여 있어서 흠칫했음)



책 발췌

일용직 생활도 오늘로 끝이다. (트럭 운전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저 할아버지는 정년을 훌쩍 넘겼겠지? 저 나이가 되어서도 육체노동을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나는 인터넷 비즈니스 세계로 전직을 할 수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야. → 다단계노동을 우습게 여기게 된 주인공(진)

지금 너희들의 마인드로는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해. 사고방식을 바꿔. 나약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거야. 얌전히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3개월 뒤에는 재벌이 되어 있을걸.

그렇구나… 카리베는 예전에 나와 똑같아. 내가 두 선생님들에게 당한 것과… 아! 똑같은 짓을 하면 돈을 벌 수 있구나! (신입 회원을 유치하며 깨달음을 얻은 주인공 ‘진’) 나처럼 되고 싶잖아? 그럼 나와 똑같은 짓을 해야지. (텐조와의 대화를 떠올리는 키요사카의 과거 기억 중)

인터넷 비즈니스는 1등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단연 인상깊은 부분은 다음 문장이었다.

우리가 파는 건 돈 버는 방법이 아니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야.



현실과의 공통점

컨설팅비, 교육비, 사무실 임차료를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한다.(예를 들어 사무실 임차료가 달에 50만엔임) 논란이 된 어떤 글쓰기 전자책이 30만원에 달하는 것이 생각난다. ‘돈이 벌리는~’이라는 이유를 붙여 가격을 높이는 구조이다.



에피소드에서는 없는 돈에 페리리를 사고, 사채를 쓰고, 부모님 병원비를 빼돌리고, … 이보다 더 심한 입에 담을 수 없는 각종 일에 ‘성공’이라는 이름 하에 동조하게 된다.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오급 제자들’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현실과의 차이점

우시지마에서 나오는 ‘키요사카 하이퍼 메서드’의 황당 포인트는 콘텐츠 중심 가치 자체가 ‘돈 버는 방법(정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돈 버는 방법은 결국 아무런 테마 없이 ‘돈 버는 정보’를 판매하는 것이 그 본질이기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없는 빈 깡통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에 속아 넘어갈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현실의 사기꾼들은 코인이라든가, 급등 주식이라든가, nft, 워드프레스, 화장품 판매 등등 ‘낮은 확률이나마 돈이 될 수 있는 실체’를 제안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돈 없어! 부자인 척할 뿐이지. 나 혼자 연극하는 거야. 부자인 척하면 사람들이 내게 흥미를 갖고 나처럼 되고 싶어 하거든. 그래서 정보 상품을 팔아먹었지. 하지만 현금은 이제 없어. 부자 행세를 하려면 돈이 드니까. 술과 여자, 기호품 사느라 몽땅 써버렸어. 무라카미 진에게 페라리를 판 것도 자금 융통에 애를 먹어서야.

결국 시스템 뿐만 아니라 사기꾼의 인생도 깡통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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