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팔이 : 물건은 죄가 없다
삼성디지털센터에서 150만원짜리 갤럭시 플립을 샀다고 나중에 비싸게 샀다며 화내지 않는다. 가격표가 붙어 있고 이 물건이 무엇인지, 내가 얻을 것과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분명하게 알고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리점 휴대전화 판매원에게 분노하는 경우는 꽤 많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는 물건 때문이 아니라, 좋은 것을 부풀리고 나쁜 것은 최대한 감춰서,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유도(강요)하는 방법을 써서 물건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30만원만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일단 100만원을 내고 70만원은 3년 후에 환급해 드릴 테니까 30만원과 다름이 없어요. 뭐 이런 황당한 사실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서 알려 주는 식이다.(영영 안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뜨내기 장사하고 튈 요량으로 뒤돌아서면 들통날 얕은 거짓말을 친다.
다단계에서 판매하는 물건도 물건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판매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돈을 투자하게 하고, 비싼 값의 물건을 강매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 물건 가게 매대나 백화점에 놓고 팔면 누가 뭐라고 하나? 물건 팔아 3개월 이내로 누구나 성공인 될 것처럼 광고하고 막상 물건 판매는 그 사람한테 뒤집어 씌우니까 그렇지.
이 이야기. '부자강의'에는 적용되지 않을까?
강의팔이 : 강의는 죄가 없다.
강의팔이 역시도 강의 자체에는 죄가 없다. 어느 종류의 것이든 말이다. 부동산 경매나 스마트스토어나 무인 아이스크림점이나 에어비앤비나… 해당 방법 자체가 기만이나 사기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터디카페 창업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한 사람도 있고, 무인 아이스크림점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사람도 분명 있다.(무인아이스크림 운영관련 오픈채팅방에 사람이 1000명이 넘게 있다. 당신이 모르는 세계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해당 강의를 판매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 누구나 내일 당장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며 강의를 홍보하는 사람이 강의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많다. 여기서 핵심은 ‘누구나, 당장’이다.
원래 이런 종류의 강의는 남의 시간과 경험, 지식을 레버리지하는 것이 주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듯 짜릿한 희망’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매자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이게 그냥 숏츠, 릴스 같은 도파민 자극 트렌드인 건지 강의들은 점점 더 ‘누구나, 당장, 쉽게’를 이야기하며 희망을 파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부자의 말을 듣는다고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을 습득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공부가 가장 직관적이다. 그런데 누가 지식을 떠먹여 주면 그걸로 모두가 성과를 거둘 수 있나? 현우진, 정승제, 이지영, 기타 등등 유명한 스타 강사의 수업을 듣는 사람이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돈을 버는 일(투자나 사업)은 지식만 습득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 지식을 습득해도 정부 정책이 변하거나, 재개발이 취소되거나, 금리가 변해서 부동산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통제가 불가능한 변인들이 많다. 토스 창업자 토스 창업하기 전 사업 여덟 번이 잘 안됐다지. 토스 전에는 무능해서 실패하고, 토스를 만드는 시점에 갑자기 유능해져서 성공한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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